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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tha Christie

창백한 말 - 애거서 크리스티, 1961

요한계시록 6장 8절,

'내가 보매 창백한 말이 나타나더라. 말 위에 탄 자의 이름은 죽음이라. 그리고 지옥이 그를 따라오고...'
"Revelation, Chapter Six, Verse Eight. And I looked, and behold a pale horse: and his name that sat on him was Death, and Hell followed with him..." - Chapter 25 (Page. 319 황금가지)

원제는 The Pale Horse, 1961년 발표작으로 영국 기준 64번째 추리소설이자 52번째 장편이다.

[Bamberger Apokalypse Folio 16 recto, Bamberg, Staatsbibliothek, MS A. II. 42 / 출처 : WIKIPEDIA]

만약 내가 폭력배를 고용해서 곤봉이나 칼로 살인을 저지르게 한다면 나는 사전 공범으로 함께 구속될 것이다. 범죄를 공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OOO에게 흑마술을 쓰도록 의뢰했다면 그것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불가사의한 힘에 의한 살인은 영국 법정에서 살인이 아니다. (Chapter 12, Page. 167 / 황금가지)
과거나 현재, 전 시대를 통틀어서 왜 사람들은 마법사나 주술사를 찾는 걸까요? 이유는 딱 두 가지예요. 무서운 저주를 무릅쓸 만큼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오직 두 가지 뿐이거든요. 사랑의 묘약, 아니면 독이 든 잔이죠. (Chapter 6, Page.101 / 황금가지)

['황금가지'의 초판 초쇄본(2006.11.13) 기준, 리뉴얼 예정 10편 중 하나, 해문의 페이퍼백]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죽는다. 질병, 노환과 같은 일상적인 죽음은, 의문점이 없고 (누군가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더라도) 범죄 혐의가 없다거나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다면, 대부분 평범한 삶의 마침표로 생각할 뿐이다. 그렇게 주변의 자연스러운 죽음 뒤에 숨겨진 비밀을 다룬 작품이다. 강신술, 영매술, 주술 따위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당연하게도 주술은 살인의 도구가 되지 않으며, 일종의 맥거핀으로 사용될 뿐이다. '마크 이스터브룩'의 1인칭 시점, 우연히 목격한 한 여인과 그 여인의 부고 소식, 한적한 시골의 영매와 주술,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해 보이는 자연사, 사건 해결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여인, 그리고... 어떤 결말. 크리스티의 이전 작품 '살인은 쉽다(Murder is Easy, 1939)-aka. 위치우드 살인사건'과 매우 비슷하다. 배틀 총경이 아닌 올리버 부인이 등장하고, '창백한 말'이라는 어떤 조직(?)의 이야기는 새롭지만, 유사한 설정이 많은 작품이다.

의심하는 사람이 없는 한 살인은 아주 쉽답니다
(It's very easy to kill, so long as no one suspects you) - 살인은 쉽다(Murder is Easy, 1939)

BBC의 크리스티 시리즈(ABC 살인사건, 2018)의 차기작으로 방영을 앞두고 있다. 다만, 올해는 연말 시즌이 아닌 해를 넘겨 2020년, 2편의 에피소드로 예정이라 한다. '마크 이스터브룩' 역에 '루퍼스 스웰(Rufus Sewell)', '헤미아 레드클리프' 역에 '카야 스코델라리오(Kaya Scodelario)'가 캐스팅되었다. 헤미아 역의 캐스팅 비중만 보아도 원작과는 상당히 다르게 각색된 느낌이다. 여전히 문제의 사라 펠프스의 각색...

[Image released for BBC One's The Pale Horse]

1960년대 초, 가을(9월-P.41)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무굴 제국 건축 양식에 관한 책을 저술 중인 '마크 이스터브룩'은 석 달째 첼시의 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P.12) 어느 날, 동네의 카페 '루이지'에서 '진'이라는 남자를 사이에 두고 머리채를 붙잡는 두 여인의 싸움을 구경한다. 금발의 '루 엘리스'와 빨간 머리의 '토미 터커(토마시나 앤 터커튼)'이 싸움의 당사자였다. 얼마 후 타임스에서 뇌염으로 사망(10월 2일)한 '토미 터커'의 부고를 읽고 잠시나마 연민을 느낀다. 본머스에서 15마일(24Km) 떨어진 작은 마을(P.129) 머치 디핑(P.112)에는 마크의 사촌인 '로다 디스퍼드'가 살고 있다. 로다는 기금 모금을 위한 바자를 계획하며 마크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마크와 친분이 깊은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 '아리아드네 올리버 부인'의 사인회를 부탁한다. '성 도미닉 성당(St Dominic's)'(P.48)의 나이든 가톨릭 신부 '고먼'은 런던의 패딩턴 역 근처 빈민가(벤달가 23번지(Benthall Street. 23)(P.29)의 심한 고열과 독감으로 죽어가는 '데이비스 부인'의 하숙집에 방문해 고해를 듣는다. 7시 15분쯤 도착, 30분가량 대화를 이어가지만, 구급차가 도착하기 직전 데이비스 부인은 사망하고, (P.36) 고먼 신부는 커피숍에 들러 고해에서 언급된 의문의 이름을 급하게 메모한다. 고먼 신부는 사제관으로 돌아가는 어둡고 좁은 골목에서 누군가가 휘두른 둔기에 살해되고(10월 7일-P.302), 범인은 무언가를 찾아 신부의 소지품을 뒤진 흔적을 남긴다. 고먼 신부의 신발 안쪽에서 명단이 발견되고, 경찰은 범인이 찾고 있던 물건이 이 목록이라 추측한다. 길모퉁이에 있는 약국 주인 '자카리아 오즈본'은 신부를 뒤따르던 수상한 사람의 인상을 비교적 정확히 묘사, 증언하지만 누군가를 특정하지는 못한다(P.50).

'고먼' 신부의 구두 안에서 발견된 메모 (데이비스 부인의 고해성사 후 작성) (P.35~36)
- 오메로드(Ormerod)
- 샌드포드(Sandford): (P.136)
- 파킨슨(Parkinson)
- 헤스케스드보아(Hesketh-Dubois): 마크의 대모(P.66)?, 5개월 전 뇌암으로 사망(P.41), 조카와 질녀가 수혜자(P.135)
- 쇼(Shaw)
- 하몬즈워드(Harmondsworth)
- 터커튼(Tuckerton): 토미 터커(토마시나 앤 터커튼)?, 계모가 수혜자(P.135)
- 코리건(Corrigan)?
- 델라폰테인(Delafontaine)?: 메리 델라폰테인(P.110)?, 사촌이 수혜자(P.135)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하던 중, 마크 이스터브룩은 청부살인을 하는 '창백한 말(The Pale Horse)'이라는 조직에 대해 듣게 된다. 다음날 마크는 추리 소설 작가인 아리아드네 올리버 부인의 전화를 받는다. 머치 디핑의 바자를 돕기로 한 올리버 부인은 창백한 말이라 불리는 술집에 대해 언급한다. 하루 사이 창백한 말에 관한 이야기를 두 번이나 듣게 된 마크는 그곳에 직접 가보기를 결심한다. 창백한 말은 15세기부터 이어온 오래된 숙박 시설이었지만, 거주 목적으로 개조한 뒤 마녀들이라 불리는 세 명의 여자 영매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초현실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죽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그 중 한 명에게 듣게 된다.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렸지만, 마크는 창백한 말에 뭔가 불길한 것이 있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다. 고먼 신부의 신발에서 발견된 명단과 지난 1년간 사망 기록을 조사한 경찰은 사망자 명단에 특별한 의문점이 없다고 결론낸다. 하지만 마크는 머치디핑의 유일한 숙박 시설인 '킹스 암스(King’s Arms)' 숙박부에서 연결점을 발견한다. 고먼 신부의 목록은 살인 피해자들이고, 피해자의 친척들이 창백한 말에 방문하기 위해 숙박한 흔적을 남겼다고 확신한다. 여자친구인 '헤미아 레드클리프'와 옥스퍼드 동창이자 법의학자인 '짐 코리건'은 마크의 의견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조사를 위한 조력자를 찾는 데 성공하고 청부살인 조직을 파헤친다. 주요 등장인물 - 등장인물이 정말 많다...

▶ 마크 이스터브룩(Mark Easterbrook): 화자, 학자, 저술가, 석 달 째 첼시의 가구가 딸린 아파트에 거주(P.12)
▶ 로다 디스퍼드(Rhoda Despard): 마크의 사촌(P.20), 교회 바자 개최(P.77), '테이블 위의 카드, 1936'에 등장, 본명 : 'Rhoda Dawes'
▶ 헤미아 레드클리프(Hermia Redcliffe): 28세, 마크의 여자친구(P.55)(P.57)
▶ 짐 코리건(Dr. Jim Corrigan): (P.33), 마크의 옥스퍼드 친구, 북서부 경시청의 법의학자로 근무(P.68), 고먼 신부 사건 검시
▶ 데이비드 아딩글리(David Ardingly): 마크의 친구, 옥스퍼드 대학에서 역사학 강의(P.57)
▶ 파멜라 스털링(Pamela Stirling): (P.74), 포피(Poppy)(P.57), 데이비드의 여자친구, 메이페어에 있는 꽃가게 점원(P.74)
▶ 아리아드네 올리버 부인(Mrs. Ariadne Oliver): 유명한 탐정 소설가, 마크와는 절친한 사이
▶ 밀리(Milly): 올리버 부인의 하녀(P.20)
▶ (故)헤스케스드보아(Lady Hesketh-Dubois): 마크의 대모(P.66), 5개월 전 뇌암으로 사망(P.41)
▶ 이디스 빈스(Edith Binns): 헤스케스드보아의 가정부(P.285)

▶ 루이지(Luigi): 카페 루이지(Luigi's Espresso Bar)의 주인(P.13)
▶ 루 엘리스(Lou Ellis): 카페 루이지의 싸움 당사자, 금발(P.16), '진저'와 안면이 있음(P.153)
▶ 토마시나 앤 터커튼(Thomasina Ann Tuckerton): 토미 터커(Tommy Tucker), 카페 루이지의 싸움 당사자, 빨간 머리(P.18), 유산 상속녀, 20세의 나이에 요양원에서 사망(P.19) - 10월 2일(부고란-원서), 무남독녀, 뇌염(P.181)
▶ 더그(Doug): 카페 루이지의 싸움, 루와 토미의 친구(P.17)
▶ 진 플레이든(Gene Pleydon): '루'와 '토미'의 사랑 싸움의 빌미가 된 시시껄렁한 남자(P.157)
▶ (故)토머스 터커튼(Thomas Tuckerton): 토미 터커의 아버지(P.19)
▶ 터커튼 부인(Mrs. Tuckerton): '토미 터커'의 계모, 5년 전 '토머스 터커튼'과 결혼, 전직 카지노 딜러(P.178)

▶ 고먼 신부(Father Gorman): 가톨릭 신부, 성 도미닉 성당(P.48), 데이비스 부인의 고해를 듣고 귀가하는 도중 사망(P.28)-10월 7일(P.302)
▶ 제라티 부인(Mrs. Gerahty): 가톨릭 사제관의 가정부(P.28)
▶ 코핀스 부인(Mrs. Coppins): 벤달가 23번지의 집 주인(P.29)
▶ 데이비스 부인(Mrs. Jessie Davis): 가톨릭 신부의 고해를 고집(P.29), 7시 15분 도착, 30분 가량 대화, 구급차가 도착하기 직전 사망(P.36), 6달 정도 거주(P.43)
▶ (故)아처(Mr. Archer): 데이비스 부인의 남편, 오래전 사망한 좀도둑(P.159), 데이비스 부인은 결혼 전 성을 사용
▶ 마이크 포터(Mike Potter): 코핀스 부인의 심부름으로 고먼 신부를 데려온다(P.30)
▶ 자카리아 오즈본(Zachariah Osborne): (P.138)바턴가의 길모퉁이에 있는 약국 주인(P.49), 3대째 약국 운영, 젊은 시절 배우가 꿈, 약국을 내놓고 '글렌다스 클로스'로 이주, '에베레스트'라는 집에 거주(P.138)
▶ 아일린 브랜던(Eileen Brandon): '포피'의 동창, 소비자 기호 조사원(P.279), 데이비스 부인의 동료(P.296)

▶ 소머스 화이트(Soames White): 마크의 대모 '헤스케스드보아'의 변호사, 유언 집행인(P.66)
▶ 르죄느 경감(Divisional Detective Inspector Lejeune): 프랑스 위그노 혈통, 고먼 신부 사건 담당(P.34)
▶ 파인 경사(Sergeant Pine): 르죄느 경감의 부하

'머치 디핑(Much Deeping)' - '로다'의 바자 후기 모임 (P.78~79) - 본머스(Bournemouth)에서 24Km떨어진 곳(P.129)
- 로다 디스퍼드(Rhoda Despard): 마크의 사촌
▶ 디스퍼드 대령(Major Huge Despard): 로다의 남편
▶ 맥컬리스터 양(Miss Macalister): 스코틀랜드 출신의 보육교사(P.78)
▶ 캐더린 코디건(Catherine Corrigan): (P.150), 진저(Ginger), 런던 미술관에서 근무, 예술품 복원(?)(P.94), 빨간머리 아가씨 - 올리버 부인(Mrs. Ariadne Oliver)
▶ 케일럽 데인 캘스롭(Caleb Dane Calthrop) : 교구 목사, '움직이는 손가락, 1972‘에 등장
▶ 데인 캘스롭 부인(Mrs. Dane Calthrop) : 목사의 부인

* 창백한 말 :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 오래된 여인숙, 간판과 이름만 유지(P.80), 영매(?) 셋의 거주 공간
▶ 사이어자 그레이(Thyrza Grey): 짧은 회색머리, 큰 키, ‘창백한 말‘의 주인(P.81), 부(스코틀랜드 계), 모(아일랜드계)(P.107)
▶ 시빌 스탬포디스(Sybil Stamfordis): 영매(P.82), 구슬(인도), 아이티, 쌍둥이(P.97~98), 그리스계의 피를 물려받음(P.107)
▶ 벨라 웨브(Bella Webb)(P.116): ‘창백한 말‘의 요리사이자 영매, 남편 둘과 사별(P.87), 잉글랜드계(P.107)

▶ 비너블스(Mr. Venables): 프라이어스 코트(Priors Court)를 3년전 매입(P.84), 대단한 여행가, '오즈번'의 목격 증언(P.122), 3년 전(P.140) 급성 소아마비로 하반신 불구(P.84), 50세쯤(P.85), 명망있는 의사 '윌리엄 더그데일 경'의 환자(P.141)
▶ (故)메리 델라폰테인(Mary Delafontaine): 올리버 부인의 오랜 친구, 요양원에서 사망(P.111), 중독성 다발 신경염(P.110)
▶ 브래들리(C. R. Bradley): (P.160)(P.161) '불필요한 사람을 제거 해주는 조직', '창백한 말' 의뢰의 사무적인 일 담당, 표면적인 내용은 '경마 중개업자', 자격박탈당한 전직 변호사(P.164), '포피'의 언급

* 킹스 암스(King’s Arms): 미치 디핑의 여관, 마크는 숙박부를 확인한다(P.113)
- 샌드포드, 파킨슨: 작년 숙박명부에 있음
- 마틴 디그비(Martin Digby): 숙박명부에 있음, 헤스케스드보아의 조카 손자(P.113)

마술이니 주술이니 하는 눈속임을 걷어내면, '무슨(What) 일이 일어났다'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추리소설이니까... 어떻게(Why)의 문제도 (완벽한 구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힌트를 초반부터 던져주고 있다. 작품의 많은 부분을 What과 Why에 할당하고 있으므로, 결말 부분의 Who가 놀랍긴 하지만... 마술사의 화려한 시선 돌리기가 너무 많지 않은지...

눈을 부릅뜨거나 최면을 거는 걸로, 혹은 염력을 투사하는 걸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확신하지는 못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일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그녀가 무언가를 갖고 있다면... (Chapter 15, Page.204 / 황금가지)

눈을 부릅뜨거나 최면을 걸거나, 또는 의지력을 발사해서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느냐고 내게 묻는다면 난, '그렇지 않을 겁니다.' 하고 대답하겠죠. 하지만 나도 확신할 순 없습니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만일 그 여자가 뭔가를 발견했다면... (해문 Page.163-164)

If you ask me if OOO can kill someone by rolling her eyes or going into a trance, or projecting her will, I still say 'No.' But I'm not sure. How can I be? If she's stumbled on something-

미신이니 주술같은 것의 효능(?)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미신인지 어떻게 확신하냐는 이 궤변은 작가가 쓴 말인가 싶었다. '이렇게까지 오컬트로 몰아가는 건가'말이다. 지나친 살을 덧붙인 번역이지 않나...

하지만 나도 확신할 순 없습니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만일 그 여자가 우연히라도 뭔가를 발견했다면...